한국어와 영어에서의 맞춤과 여백 세공의 작업순서 차이

_ 조판 작업에서 왼쪽 맞춤(flush left)의 장점을 단어 잘림 방지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단어 잘림 여부는 맞춤 설정과 별개이다. 그런데 한국어 사용자들은 유독 이를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글은 이 현상이 한국어의 특성과 관련이 있음을 주장하는 글이다.

_ 먼저, 좌에서 우로 읽는 언어의 조판 작업시에 여백의 처리와 관련해서 고려되는 2가지 요소(white river 현상은 본 글에서 다루지 않음)를 소개한다.
* 수평적 비균일성. 한 행 내의 어절간(단어간) 간격이 지나치게 넓은 현상을 말한다. 양쪽 맞춤에서만 발생한다.
* 수직적 비균일성. 한 페이지 내의 오른쪽 여백이 들쑥날쑥한 현상을 말한다. 왼쪽 맞춤에서만 발생한다.

_ 영어에서는 맞춤 방식에 무관하게 단어 단위로 행의 구분이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수평적 비균일성을 해결할 때, 문제되는 행의 마지막 단어 안에 하이픈을 삽입해서 문서작업 툴이 해당 단어를 마치 두 단어인 것처럼 인식하게끔 만드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본 글에서는 이를 하이픈-분할(hyphenation)이라 칭한다.
_ 영어는 한국어에 비해 글자 한 묶음의 길이가 더 길다. 그러므로 영어에서는 행의 마지막에 긴 단어가 올 경우, 맞춤 방식을 바꾸지 않고 수평적 비균일성을 해결하려면 반드시 하이픈-분할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수직적 비균일성의 해결을 위해 하이픈-분할의 사용이 필요해지기도 한다. 즉, 영어에서 하이픈-분할은 맞춤 방식을 적용한 후의 세공(fine-tuning)을 위한 도구로서의 인상이 강해지게 된다.

_ 반면 한국어에서는 어절 단위 외에도 글자 단위로 행을 구분하는 것이 관습적으로 허용된다. 영어와의 차이는 행의 마지막 어절을 하이픈으로 분할하는 것이 일반 독자에게 부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한국어에서 수평적 비균일성을 해결할 때에는 행의 마지막 어절에서 몇 글자를 다음 행으로 넘기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본 글에서는 이를 어절/분할이라 칭한다.
_ 한국어는 영어에 비해 글자 한 묶음의 길이가 더 짧다. 그러므로 한국어에서는 수평적 비균일성에 대처할 때 어절/분할을 통한 해결이 반드시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에서 왼쪽 정렬은, 여백의 세공에 있어 어절/분할을 사용하고 싶지 않은 경우 선택하는 대안으로서의 인상이 강해지게 된다.

_ 즉, 영어의 조판 과정은 맞춤 방식 선택 -> 하이픈-분할을 통한 여백 세공 순서로 이루어진다는 인상이 강하고, 한국어의 조판 과정은 어절/분할 사용 여부 선택 -> 맞춤 방식 선택 순서로 이루어진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러나 한국어에서 어절/분할을 사용하고 싶지 않아 왼쪽 맞춤을 선택한 경우, 수직적 비균일성이 여전히 발생할 수 있으며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여백 세공이 다시금 필요해지게 된다. 본 글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영어의 경우와는 달리 한국어에서 왼쪽 맞춤을 선택하는 이유는 어절/분할을 안 쓰기 위함이 주된 이유이기 때문에, 왼쪽 맞춤을 선택한 후에는 어절/분할 등을 통한 추가적 여백 세공의 필요를 간과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